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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의 X파일

고발기자에게는 철칙이 있다. 제보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100% 순수한 마음으로 제보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누구나 말로는 공익이나 정의감을 강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원한관계나 공명심, 심지어 개인적 이익 등 불순한 요소들이 상존한다.

보석에도 불순물이 섞여있는데 사람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원석에서 보석을 가공해내듯 기자는 제보자들로부터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익적 가치를 지닌 팩트만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보경위’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팩트 추출을 위한 필요성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필연적으로 팩트에 굴절현상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누군가에 대한 원한 때문에 제보를 한 경우, 주관적 감정 때문에 악의적 사실관계가 보태지는 반면 선의의 사실은 누락되는 등 정보의 왜곡이 심해진다.

결국 제보에 의존한 취재의 모든 과정은 제보자의 원천 제보내용 중 왜곡된 사안을 걸러내고 굴절된 시선을 바로 펴는 등 팩트 보정작업에 다른 아니다.

결국 취재는 제보자와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이상호 기자 X파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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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기간 진행되던 MBC파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의 직종으로 삼았던 방송기자, PD, 아나운서 등의 직업이 과연 많은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직장을 나와서 파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나 직장내에서 얼마전까지 자신들과 동료였던 사람들을 향해서 총칼(?)을 휘두르는 사람들 모두 처음부터 이렇게 다른길을 걸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판단으로 각자가 옳다고 믿는 편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문제는 각자가 옳다고 믿는 주장과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들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으며 각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건 그러한 주장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된 사실이나 부정확한 정황에 근거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할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당당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한다는 말은 뻔뻔스럽다는 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밝혀둔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진실에 대해 눈을감는 기자, 대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공부를 해오면서 관리를 받아온 기자, 진실을 밝히게 되면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서 과감하게 펜을 내려놓는 기자들은 절대 이상호 기자가 말하는 ‘기자정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MB정부의 지난4년을 뒤돌아보면 법이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칼막스는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고 권력자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때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통치수단이 될 수 있다.”라는 말로 부당한 권력자의 횡포에 이용되는 법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지적했다.

이상호 기자의 모습이 우리가 기대하는 기자상의 100%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이상호 기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의 모습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 궁금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By. SIMBA